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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CN 103호 2024년 3월 22일 A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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칼럼<br />

MAR 22 2024<br />

더불어 함께 드리는 예배 공동체 A<br />

안지영 목사<br />

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<br />

우리는 혼자가 아니라<br />

더불어 함께 살아가는<br />

예수 그리스도의<br />

‘몸 공동체’입니다.<br />

개척을 준비했던 우리는 “말씀과 삶을 나눔으로 하나<br />

님 나라를 드러내는 교회”라는 나눔교회의 비전이 제대<br />

로 이뤄진다면, 과연 그 교회는 어떤 모습의 교회가 될<br />

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. 여기에서 ‘비전’이<br />

란, 다른 말로 표현하면 ‘꿈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내<br />

가 장차 어른이 되면 어떤 어른이 되고 싶다는 ‘꿈’과 같<br />

은 거지요.<br />

그래서 그려본 첫 그림이 바로 “더불어 함께 드리는<br />

예배 공동체”였습니다. 예배 드림이 혼자서가 아니라 다<br />

른 이들과 함께라는 거지요.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<br />

르쳐 주신 기도가 “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”로 시작됩<br />

니다. 모든 것 위에 계시는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가 되<br />

신다는 거지요. 즉,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서로<br />

를 바라볼 때 모두 한결 같은 형제와 자매로 바라봐야 한<br />

다는 겁니다. ‘우리’ 사이에는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<br />

아야 하는 거지요. 사회적 신분, 경제적 차이, 교육적 우<br />

열, 세대 차이를 극복한 ‘우리’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.<br />

하나님은 이러한 ‘우리’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고백을 한<br />

무리의 하나님이십니다. 이러한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<br />

로 둔 형제 자매이기에 서로서로에게 책임 있는 존재가<br />

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. 이렇게 우리<br />

는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예수 그리스도<br />

의 ‘몸 공동체’입니다.<br />

나눔교회의 첫 예배 때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<br />

릅니다. 한 가정집 거실에서 청소년 사역자 가정과 우리<br />

가정을 포함해서 일곱 가정이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. 첫<br />

예배를 드리기 전 약 이 년 동안 성경공부를 하고, 교회<br />

개척을 위한 준비 모임을 하면서 팀웍이 어느 정도 다져<br />

졌다고 생각했었습니다. 그런데 첫 예배 준비로 분주하<br />

면서도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한 구석에 처박힌(?) 채 쪼<br />

그려 앉아있는 내 자신을 보았지요. 왠지 모를 답답한 느<br />

낌이 밀려오더군요.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첫 예배를<br />

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럴게 마음이 무거운지 그 이<br />

유를 정말 모르겠더라구요. 그 바람에 첫 예배 설교를 겨<br />

우겨우 해냈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.<br />

나는 예배 준비 대신에 집안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<br />

서, 처음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레스비 공항에 도착<br />

했을 때를 떠올렸습니다. 우여곡절 끝에 선교지에 도착<br />

했기에 새로운 땅에 대한 큰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<br />

요. 그런데 막상 비행기 문 밖 트랩에 발을 내딛는 순간<br />

에 그 기대감은 온데간데 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<br />

다. 턱 막히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내 속을 파고들어온<br />

것은 ‘아, 나 이제 어쩌지? 왜 선교사가 되려고 했지? 잘<br />

못 정한 것 같다’는 당혹감과 중압감이었습니다. 그러면<br />

서도 선교사라는 작자가 이런 나약한 생각을 하고 있다<br />

는 것에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자책감도 밀려오더군요.<br />

그런데 그와 비슷한 감정이 교회 첫 예배 때 데자뷰가 되<br />

어 나를 압박해 왔습니다.<br />

그런 가운데 처음 드리는 예배에 눈에 띄는 장면은 부<br />

모 손에 억지로 끌려 나온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춘기 아<br />

이들이었습니다. 미국에 있는 한인이민교회에 당연히 있<br />

어야 할 EM(English Ministry) 예배가 없이 모두 한국<br />

어로 드려야 하는 KM(Korean Ministry) 예배가 그들<br />

에게 마땅치 않았던 것 같더군요. 가뜩이나 영어든 한국<br />

어든 예배란 것에 그리 관심이 없는 아이들인데, 어른과<br />

함께 예배드린다는 게 고역이었을 겁니다. 그러니 그 아<br />

이들의 태도에 부모들의 신경이 모두 곤두설 수밖에요.<br />

아이들의 불량한(?) 태도는 그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통<br />

로였던 것 같았습니다. 대놓고 누워서 코고는 아이, 창밖<br />

만 쳐다보는 아이, 부산을 떠는 아이, 등등 부모의 눈살을<br />

찌푸리게 만드는 행동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에게 경고의<br />

신호를 부단히도 보내고 있더군요. 그래서 어른들에게 아<br />

이들을 그대로 두고, 예배에 집중하자고 설득하면서 첫 예<br />

배를 마쳤습니다. 이렇게 부모와 아이들이 그동안 서로를<br />

모르며 신앙 생활을 했던 거였습니다. 세대별로 예배를 드<br />

릴 때는 몰랐던 것이 함께 하면서 보게 된 거지요. 세대<br />

간에 존재하는 차이가 현실로 다가오는 첫 예배였습니다.<br />

이 세상에는 세대 간의 갈등이 존재하고, 사회적 신<br />

분 간의 갈등도 심각합니다. 지역 간의 갈등 또한 가볍<br />

지 않습니다. 혈연, 지연, 학연으로 이어진 집단 이기주<br />

의가 한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것을 목격합니다. 하지만<br />

교회는 이 병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. 다<br />

시 말해서, 교회는, 교회 안에 있는 다양한 집단을 조화<br />

롭게 만드는 공동체입니다. 그래서 교회에는 갈등을 풀<br />

어가는 수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거지요. 하지만<br />

어디 그게 쉽겠습니까? 처음부터 갈 길이 멀다는 게 느<br />

껴지는 예배였습니다.<br />

하지만 그 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기도<br />

했습니다. 교회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십대 아이<br />

두 명이 교회에 왔습니다. 그런데 기존의 아이들이 그 두<br />

아이를 너무나 싫어하는 거였어요. 그 두 아이가 학교에<br />

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던 거였지요. 그래서 그<br />

두 아이가 온 것을 보고서는 자기 부모들에게 그 두 아이<br />

가 교회에 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했다더군요. 그렇게 안<br />

하면, 교회 나가지 않겠다고 했답니다. 하지만, 나는 이<br />

상황을 아이들이 이런 갈등 관계를 풀어가는 법을 배우<br />

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였습니다. 부모와 자녀들이 함<br />

께 대화하면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을 연습하자고 부모<br />

들을 설득한 거지요. 감사하게도 부모님들이 나의 제안<br />

에 동의했습니다. 청소년 모임에서 처음에는 서로 등을<br />

돌리고 있던 아이들이 수 개월이 지나면서 그 상처의 앙<br />

금을 걷어내고 함께 기도하더군요 한 아이가 집에 전화<br />

를 해서 부모에게 그 아이들과 화해했다는 기쁜 소식을<br />

전하는 모습이 진하게 남아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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