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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CN 103호 2024년 3월 22일 A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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칼럼<br />

MAR 22 2024<br />

[영혼을 살찌우는 신앙 명시 산책]<br />

내 믿음의 부활절 / 유안진<br />

강태광 목사<br />

월드쉐어 USA<br />

내 믿음의 부활절 / 유안진<br />

지난겨울<br />

얼어죽은 그루터기에도<br />

새싹이 돋습니다<br />

말라 죽은 가지 끝<br />

굳은 티눈에서도<br />

분홍 꽃잎 눈부시게 피어납니다<br />

저 하찮은 풀 포기도<br />

거듭 살려내시는 하나님<br />

죽음도 물리쳐 부활의 증거 되신 예수님<br />

깊이 잠든 나의 마음<br />

말라죽은 나의 신앙도<br />

살아나고 싶습니다<br />

당신이 살아나신<br />

기적의 동굴 앞에<br />

이슬 젖은 풀포기로<br />

부활하고 싶습니다<br />

그윽한 믿음의 향기<br />

풍겨내고 싶습니다<br />

해마다 기적의<br />

증거가 되고 싶습니다<br />

이시는 시인이자 수필가 유안진의 이<br />

라는 시입니다. 유안진은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하였<br />

습니다. 박목월 선생은 서울대 교육 심리학과를 다니는 유안<br />

진을 시인으로 추천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합니다. 왜냐하면,<br />

전공이 문학과 상관없는데 계속 시를 쓰지 않으리라고 보았<br />

던 것입니다.<br />

그러나 유안진은 열심을 습작시를 썼고 이런 유안진의 열<br />

정적인 시작 활동을 눈여겨본 박목월은 현대문학에 유안진을<br />

추천했습니다. 시인 추천에 엄격했던 박목월이 유안진의 시<br />

,, 를 1965년부터 1967년에 현대문학에 3<br />

회 추천했고 이것을 계기로 유안진은 등단했습니다.<br />

유안진을 수필가로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. 그 이유는 라는 수필 때문입니다. 1986년 이향자, 신<br />

달자 시인과 함께 펴낸 수필집 에 실린 수<br />

필입니다. 이 작품으로 유안진은 일약 대중적 명성을 얻었습<br />

니다. 시와 소설, 에세이의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 활<br />

동을 펼쳤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<br />

구성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.<br />

시인으로 유안진은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인생을 궤 뚫어<br />

보는 능력이 있습니다. 섬세한 시어로 유명한 유안진 시인은<br />

천주교 신자(세례명 클라라)입니다. 유안진은 몇 편의 신앙<br />

시를 남겼습니다. 참 아름다운 시들이 많습니다. 특히 시인의<br />

고백과 간증이 담긴 시들입니다. 아름다운 신앙시가 많습니<br />

다. 모든 시가 사랑받아 마땅한 수작( 秀 作 )들입니다.<br />

유안진의 은 과거 주님의 부활을 기념<br />

하는 부활절이 아닌 자신의 믿음이 되살아 나는 믿음의 부활<br />

절이 되기를 소원합니다. 시의 후반인 4연 5연 6연의 마지막<br />

이 입니다. 3번의 반복으로 시인의 소원이 분명하<br />

고 나타나고 있습니다.<br />

1연부터 3연은 부활이 필요한 존재들이 누리는 부활의 역<br />

사를 노래합니다. 얼어붙은 그루터기, 말라 죽은 가지 끝, 굳<br />

은 티눈, 풀포기, 그리고 죽음... 모두 부활이 필요합니다. 봄<br />

을 통해 부활과 생명의 역사를 보여주시는 주님께서 친히 부<br />

활의 증거가 되고 싶다고 고백합니다.<br />

부활절을 얘기하며 봄날 식물의 소생이나 계란의 부화를<br />

말하는 것은 부활의 왜곡입니다. 사망을 짓밟고 부활하는 것<br />

은 전혀 다른 차원인데 인간의 저질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부<br />

활을 설명하려고, 위대한 부활을 자연적 사건과 부활을 동격<br />

으로 낮추어 버립니다. 부활을 설명하려고 부활의 능력과 의<br />

미를 격하시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. 현대 부활절의 역설과<br />

아이러니입니다.<br />

왜곡된 부활은 우리를 부활 신앙에서 멀어지게 합니다. 부<br />

활의 의미를 모르면 부활절을 수십 년 맞아도 부활을 사모하<br />

지 못합니다. 부활의 능력을 알며 부활의 능력을 사모하는 삶<br />

이 되어야 합니다. 시인은 부활의 의미를 깨닫고 부활의 능력<br />

이 나타나기를 갈망합니다.<br />

이 시가 전반부 3연으로 끝났다면 이 시도 부활의 능력<br />

을 약화시키는 시가 되었을 것입니다. 하나님의 능력과 권<br />

세가 나타나는 부활을 자연의 섭리나 인간의 이야기로 만들<br />

어 버렸을 것입니다. 이 시의 핵심 메시지는 후반부에 있습<br />

니다. 후반부에서 부활의 진정한 능력을 소개합니다. 그리고<br />

그 부활의 능력이 자신의 삶에 나타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<br />

다. 그래서 후반부에는 소망의 표현 “싶습니다”가 계속 반복<br />

됩니다.<br />

4연은 살아나고 싶다고 말합니다. “깊이 잠든 나의 마음/<br />

말라죽은 나의 신앙도/ 살아나고 싶습니다.” 4연은 잠든 나<br />

의 마음, 말라 죽은 나의 신앙도 살아나고 싶다고 고백합니<br />

다. 5연은 더 큰 부활의 갈망입니다. 시인은 “주님이 부활<br />

하신 무덤 앞에 이슬 젖은 풀포기로 부활하고 싶습니다.”라<br />

고 고백합니다. 새봄에 자연스럽게 돋아나는 풀포기가 아니<br />

라 주님 부활의 능력을 힘입은 풀포기로 부활하고 싶은 것<br />

입니다.<br />

6연은 가 두 번 등장합니다. 부활의 능력이 삶<br />

에 담기는 축복을 사모합니다. 부활의 능력으로 “그윽한 믿음<br />

의 향기/ 풍겨내고 싶습니다.”라고 고백합니다. 이어서 “해마<br />

다 기적의/ 증거가 되고 싶습니다.”라고 합니다. 신앙인이라<br />

면 시인의 고백이 구구절절 가슴이 와 닿을 것입니다. “아멘!”<br />

입니다. 모든 표현, 모든 고백에 아멘이 절로 나옵니다.<br />

모쪼록 이 시의 메시지처럼 올해 부활절에 우리 신앙이 부<br />

활 되기를 바랍니다. 주님의 무덤 앞에 이슬 젖은 풀포기의<br />

모습이라도 부활을 아는 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. 부활의 능<br />

력 머금고 믿음의 향기 발하고, 주님이 행하시는 기적의 증거<br />

가 되는 매년의 부활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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