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베를린영화제 남녀주연상 수상작<br />
45년차 부부에게 다가온 예기치 못한 사건 다뤄<br />
사랑과 결혼의 두 얼굴 진지하게 탐색한 수작<br />
<strong>주간연예</strong><br />
부부, 알다가도 모를 사이…<br />
영화 '45년 후'<br />
e-mail: enews@usa.net<br />
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모습을<br />
감춘다. 사위는 어둑한 저물<br />
녘이다. 너른 벌판이 눈앞에 펼쳐지고,<br />
어디에선가 정겨운 새소리가 들려온다.<br />
원경에서 바라본 마을 외곽의 풍광은<br />
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데, 왜일까. 평화<br />
가 감도는 이 분위기가 이내 깨질 것만<br />
같은 불안감은.<br />
한 차례 장면이 바뀐다. 케이트(샬럿<br />
램플링)는 개를 이끌고 산책을 나가 이<br />
제 막 돌아오는 모습이다. 늘 마주치던<br />
우편배달부는 남편 이름으로 된 편지<br />
를 건네고, 그것을 받아든 그녀는 천천<br />
히 실내에 들어선다. 제프(톰 커트니)는<br />
여느 때처럼 식탁에서 신문을 읽고 있<br />
다. 아내는 그런 남편 앞에 봉투를 내<br />
려놓는다.<br />
영국 영화 '45년 후'는 이처럼 노부부<br />
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출발한다. 하지<br />
만 그 단조로움이 한 통의 편지로 인<br />
해 긴장과 갈등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<br />
정을 그린다. 남편의 50여 년 전 첫사<br />
랑 카타야가 빙하 안에 시신으로 발견<br />
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그 분기점이<br />
다.<br />
1962년 제프는 스물아홉, 카타야는<br />
스물일곱. 둘은 스위스 산자락을 여행<br />
하고 있었고,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었