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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-mail: enews@usa.net <strong>주간연예</strong> 105<br />
미주트레킹 : 산티아고 순례길 .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2<br />
낯선 길 위에서 아름다운 동행들과 함께 여정을 (1)<br />
제법 늦은 밤 마드리드 공항. 이 산티아고<br />
순례길 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<br />
가기 위해 먼 길을 날아온 아름다운 동행들을 맞<br />
이하여 잠 못 드는 마드리드의 하루 밤을 보내고<br />
서둘러 이른 시간 국내선 비행 편 타고 산티아고<br />
로 날아갑니다. 다시 택시타고 Curtis로 달려가 또<br />
기차로 갈아타고 아득한 기억속의 기차 여행을 하<br />
며 한촌 들판을 무적소리 울리며 달리니 정오 무<br />
렵에 종반 순례길의 출발점인 Sarria에 도착하였<br />
습니다.<br />
무려 이틀을 꼬박 걸려 당도한 참으로 머나먼 곳<br />
입니다. 노독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숙소에 여장<br />
을 내려놓고 먼저 식당으로 달려갔으나 한없이 느<br />
긋한 북부 스페인 주민들은 아직도 기지개를 켜지<br />
도 않았고 1시가 넘어서야 철문을 연다하니 가까<br />
운 카페테리아에 자리를 잡고 피자랑 이것저것 시<br />
켜봅니다. 스페인 대표 맥주 Mohou와 머나먼 조<br />
국에서 공수해온 민족 주 소주랑 섞어서 소맥으<br />
로 낮술 몇 순배 거푸 돌리고 쌓인 피로와 시차<br />
무력증에 식곤증까지 덮쳐 주체할 수 없이 몰려오<br />
는 잠. 누구도 마다하지 않고 숙소로 다시 기어들<br />
어갑니다.<br />
정신없이 밤잠처럼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오<br />
후 5시를 가리키고..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 고양<br />
이 세수하고 나와 겨우 1시간이면 충분히 한 바퀴<br />
돌 수 있는 작은 이 사리아를 휘돌아 봅니다. 그런<br />
데 아니 벌써! 생필품을 파는 가게는 이미 다 철시<br />
해 버렸답니다. 4시면. 도통 그들의 삶의 방식을 도<br />
저히 가늠할 수 없는 일상들입니다. 이 시간에서야<br />
먹고 마시는 업소들은 부스스 문을 여는데 일상용<br />
품점들은 파장하는 시간이니 참 적응이 되기 힘<br />
든 나라입니다. 동네를 거의 수색하다 시피 했어도<br />
결국은 버너용 가스를 구입하는데 실패하고 맙니<br />
다. 앞으로의 여정에 우리 한식을 조리해먹을 가장<br />
소중한 용품인데 허탕만 치고 어둠을 맞이합니다.<br />
강변으로 줄지은 식당가 중 밤거리를 돌며 집단<br />
으로 연주하며 춤추는 악극 팀들이 공연을 펼치<br />
고 있는 그리고 우리에게는 별스런 감정으로 다가<br />
오는 카미노 산티아고 상호로 단 식당에서 저녁을<br />
시켜 먹습니다. 사리아는 뿔포(Pulpo)라는 문어 전<br />
문 요리가 유명한데 여기서 바스케이 만이 멀지 않<br />
기 때문입니다. 비늘 없는 해물을 특히 혐오하는 서<br />
구의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너무 기호하는 식품.<br />
덕택에 푸짐한 문어요리를 이상적인 가격으로 즐<br />
길 수 있습니다. 식당마다 레시피를 조금씩은 달리<br />
하나 전통적인 방법은 문어를 구리 냄비에다 올리<br />
브유로 익혀서 파프리카, 피망이나 할라피뇨 등을<br />
곁들여 먹는 요리인데 이곳의 문어 전문 식당 뿔뻬<br />
리아는 아주 오래 전 부터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.<br />
은은한 불에 서서히 구워낸 군밤도 우리 입맛에<br />
잘 맞아 간식용으로 제격이랍니다. 그래서 사리아<br />
를 지나는 순례자들은 거리마다 넘치는 예술 작품<br />
으로 정이 넘치는 친절한 사람들과 오감을 자극하<br />
는 풍요롭고 맛깔스런 음식으로 행복합니다.<br />
내일이면 시작되는 순례길. 차라리 시작이 종착<br />
인 듯 차분하고 안락한 이 시간의 여유로움을 큰<br />
잔에 가득 채운 붉은 와인을 한 모금 씩 들이키며<br />
한껏 즐깁니다. 어두워지는 고색창연한 돌담 위에<br />
는 겨울비 소리 없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습니다.<br />
(다음주에 계속...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