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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간연예 vol.1137_ 07141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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92<br />

<strong>주간연예</strong><br />

e-mail: enews@usa.net<br />

항암치료로 손만 대도, 아니 잠<br />

시 고개만 흔들어도 쑥쑥 빠<br />

져나오는 머리카락, 이불자락에도, 베<br />

갯잇에도, 그리고 사방에 그녀의 검<br />

은 머리털이 흩어져 있었다. “항암 치<br />

료 때문에 어차피 다 빠져 버릴 머리,<br />

다 깎아버렸으면 좋겠는데 도와주실<br />

분 없을까요?”라고 묻는 그녀의 목소<br />

리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약함<br />

이 가득하게 배어 있었다. “글쎄요. 한<br />

번 찾아볼게요.”라고 말은 했지만, 부<br />

탁할 만한 사람이 뿅! 하고 떠오르지<br />

않는다. 다들 먹고 살기 바빠 허덕이는<br />

사람에게 부탁하기도 그렇다. 그런데<br />

그냥 박박 밀어야 한다면 무엇으로 밀<br />

어야 하나, 면도칼 정도면 안 될까? 라<br />

는 엉뚱한 생각에 잠긴다. 그렇다고 내<br />

가 면도칼 하나 들고 간다는 것은 아<br />

예진회가 만난 형제들<br />

예진회 대표 박춘선<br />

미소 위에 비친 눈물<br />

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. 만일 면<br />

도칼을 내밀며 “제가 머리 박박 밀어<br />

드리려고 왔습니다.”라고 한다면 그녀<br />

가 아마 기절해 버릴지도 모른다. 아니<br />

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<br />

았다. 고민 중에 떠오르는 어느 목사<br />

님께 부탁하자 “우리 안사람에게 물어<br />

볼게요.”라는 반가운 대답이다. 그리고<br />

흔쾌히 시간을 내어 찾은 그녀와 함께<br />

병원을 찾았다.<br />

이제 겨우 오십 초반의 그녀가 반갑<br />

게 우리를 맞이하지만, 그녀의 가냘픈<br />

모습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허약<br />

하고 창백한 모습만 있을 뿐이다. “머<br />

리를 어떻게 자를까요?”라고 묻자 “그<br />

냥 박박 다 밀어주세요.”라며 “이렇게<br />

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. 머리 자르<br />

는 것이 소원이었어요.”라고 말하는 그<br />

녀, 목까지 내려온 머리를 내밀며 “이<br />

제 제 소원이 정말 이루어졌네요.”라며<br />

생글거리며 웃던 그녀가 정말 기뻐할<br />

줄 알았는데 자신의 머리카락이 바닥<br />

에 떨어지는 것을 본 것일까? 머리를<br />

미는 동안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훔치<br />

는 그녀의 모습이 아프게 가슴을 저미<br />

게 한다. 아직 멋을 알 그 나이에 암이<br />

라는 무서운 병마와 싸워야 하는 그녀<br />

의 머리가 삭발로 변해가고 있었다. 그<br />

녀는 자꾸 웃으며 “그래도 머리를 자르<br />

니 시원하네요. 정말 좋아요.”라고 말<br />

하고 있었지만, 맨머리를 만지며 자신<br />

이 걸어가고 있는 인생의 허무함으로<br />

시련이라는 무서운 짐과 싸우고 있을<br />

것이다. 아니 어쩌면 자신이 지고 가야<br />

할 십자가라며 마음을 다독이고 있을<br />

지도 모를 일이다.<br />

누군가가 “주님께서 보답하실 거예<br />

요.”라고 말했다. 그러나 “나는 주님<br />

께 보답 받을 생각 전혀 없으니 자매님<br />

이 빨리 나아서 나에게 보답하세요.”<br />

라고 하자 “네, 그렇게 할게요.”라고 말<br />

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기 그<br />

지없다.<br />

암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 항암치료<br />

에 의존하고 있지만, 병보다 더 무서운<br />

것은 환자가 겪어야 할 마음의 고통이<br />

아닐까? 수명이 다하여 죽음을 맞이하<br />

는 것이라면 덜 슬프겠지만, 젊은 나이<br />

에 암이라는 병마 때문에 고통받아야<br />

하는 것은 슬픔보다 더 지독한 고독일<br />

것이다. “아프다고 누워있지 말고 일어<br />

나서 자꾸 걸으세요. 그리고 주님과 대<br />

화 많이 하세요. 그러면 주님께서 낫<br />

게 해 주실 거예요.”라고 위로하고 있<br />

지만, 그녀의 가녀린 눈가에 맺힌 눈<br />

물이 아프게 가슴을 비집고 들어왔다.<br />

아직 더 많은 날을 깔깔대며 웃고 살<br />

아야 할 그녀가 병상에 누워 갇혀 슬<br />

픈 눈물을 닦아 낼 수밖에 없다는 사<br />

실이 그녀의 가슴에 묻혀 있는 슬픔이<br />

었기 때문일 것이다. 그랬다. 그녀의 입<br />

가에 머문 작은 미소는 아름다움이었<br />

지만, 그 눈가에 맺힌 눈물은 아픔과<br />

절망 그리고 시련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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