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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CN 103호 2024년 3월 22일 B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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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AR 22 2024 | Living & News 문화칼럼 | 19<br />

요르단 와디럼에서<br />

크리스천<br />

생/활/칼/럼<br />

박영실<br />

■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수필<br />

부문 당선으로 수필에 등단했다. 시인,<br />

수필가,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<br />

시, 수필, 동화, 소설 등을 창작하고 있<br />

다. 목회하는 남편과 동역하고 있으며<br />

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. 현재<br />

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<br />

하고 있다.<br />

■ aromachurch2014@gmail.com<br />

몇 년 전, 아랍의 심장이라 일컫는 요르단을 방문했다. 요르<br />

단은 ‘왕의 대로’라는 뜻이다. 히브리어로 ‘야르단’, ‘내려가는<br />

곳’이라는 뜻이다. 나와 일행은 요르단의 남북을 가로지르는<br />

고속도로인 왕의 대로를 통과해 와디럼에 도착했다. 왕의 대<br />

로를 지나며 굽이굽이 협곡에 시선이 압도되었다. 자연과 시<br />

간이 빚어낸 사막과 협곡에 시선이 멈추었다.<br />

요르단은 북쪽으로 시리아, 남쪽으로 사우디, 동쪽으로 이<br />

라크가 둘러싸고 있다. 요르단의 아카바는, 해안선이 16킬로<br />

미터인 유일한 항구도시다. 요르단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해<br />

안선 16킬로미터를 확보하는 대신 사막을 사우디에 넘겼다.<br />

사우디에 넘겨준 땅에서 석유가 물 솟듯이 나오는 황금 연못<br />

이었음을 알지 못했던 거였다. 요르단은 아랍 국가에서 유일<br />

하게 석유가 나오지 않는 나라다. 세계에서 가장 낮은 땅으로<br />

지중해의 해수면보다 420미터 낮다.<br />

요르단의 수도 암만은 난민의 도시다. 요르단 인구는 1,130<br />

만여 명이 넘는데, 암만에 난민이 60% 이상 거주한다. 팔레<br />

스타인 난민이 220만, 시리아 난민이 140만, 그 외 이란, 이<br />

라크, 이집트, 아르메니안, 체첸, 체르케스 난민들이 거주하고<br />

있다고 한다. 요르단의 공식적인 언어는 아랍어를 사용하는데<br />

젊은 층은 아랍어와 영어를 사용한다. 요르단에서 이란, 이집<br />

트, 이라크 청년 난민들을 많이 만났다. 요르단은 젊은이들을<br />

통해 다양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. 표면적으로는 조<br />

용한 듯 보이나 그 이면에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<br />

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.<br />

요르단의 사막 와디럼은 2011년 세계유네스코 세계복합유<br />

산으로 지정되었다. 생태계와 지형을 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<br />

되었다.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바위산과 사막의 조화에 감탄<br />

이 절로 나왔다. 와디럼은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도시인 아카<br />

바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. 720제곱 킬로미터의 광대한 지<br />

역에 펼쳐진 험난한 지형, 광활하게 펼쳐진 와디럼 사막을 보<br />

며 할 말을 잃었다.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지평선에 줄지어 행<br />

렬하는 낙타들과 양들이 눈에 띄었다.<br />

유목민 베두인들의 와디럼 텐트에서 1박 2일 광야체험<br />

을 했다. 8월에 와디럼 한복판에서 5분 동안 서 있었는데 온<br />

몸을 땀으로 샤워했다. 한여름의 열기는 오롯이 피부가 감당<br />

할 몫이었다. 지구 밖 다른 별에 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었<br />

다. 그곳에서 홍차를 자주 권해서 홍차를 많이 마셨다. 홍차를<br />

많이 마시는 이유는 덥고 건조한 사막의 기후를 견딜 수 있는<br />

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. 와디럼의 텐트는 호텔 역할을 한<br />

다. 한여름의 열기를 막아주고 비가와도 방수가 되는 염소 털<br />

로 만들었단다.<br />

그곳에서 베두인들이 준비한 베두인 전통음식을 먹었다. 그<br />

들은 숯불을 피운 모래구덩이에 음식 재료를 넣었다. 숯불과<br />

모래의 열로 세 시간 삼십 분 동안 천천히 구워낸 음식으로 우<br />

리를 대접했다. 만사포(양고기 찜)와 자미드(염소고기), 카다<br />

예프(요르단 만두), 스프 종류와 구이 요리였다. 요리를 만드<br />

는 과정이나 광야 생활을 견디는 것이 그들의 삶인 듯했다.<br />

저녁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. 바위산 꼭대기의 노을<br />

풍경이 장관이었다. 별들이 와디럼의 어둠을 마중 나왔다. 별<br />

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했다. 도시에서 보이지 않았던 별들이<br />

그곳에서 더 선명하게 보였다. 별들이 쏟아지는 와디럼의 밤<br />

풍경은 경이롭고 신비롭기만 했다.<br />

모세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출애굽하고 홍해를 건<br />

너 처음 머물렀던 광야의 숨결을 느끼며 타임머신을 타고 잠<br />

시 그 시간을 여행했다.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과 홍해를 건너<br />

출애굽하고 머물렀던 광야를 지났다. 그 땅을 밟으며 광야의<br />

삶을 묵상하는 시간이었다. 그런 환경에서 구름 기둥으로 그<br />

백성을 보호하지 않으셨다면 그 광야에서 모두 사망했을 거였<br />

다. 구름이 머무는 곳에 장막을 치고 그곳에 머물다가 하나님<br />

께서 이동하라고 하시면 장막을 걷고 이동하는 삶의 연속이었<br />

다. 순종이 몸에 배지 않으면 한순간도 견딜 수 없는 곳이 광야<br />

의 삶이다.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 동안 왜 그렇게 불평<br />

하고 입술로 범죄 했는지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.<br />

내가 그 시대 그 환경에 있었다면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<br />

들보다 나은 점이 없을 거였다.<br />

요르단에서 느보산 언덕에 올랐다. 모세가 가나안을 눈앞<br />

에 두고도 입성하지 못했던 그 상황을 모세의 심정으로 상상<br />

해 보았다.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의 원망을 들으며 광야를 통<br />

과했다.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그토록 숙원이<br />

었던 가나안 입성을 앞두었지만, 결국 그 땅을 밟지 못한 채<br />

눈을 감았다. 느보산 바로 앞에서 이스라엘 갈릴리 바다가 보<br />

였다. 모세가 가나안을 지척에 두고 경계선에서 갈림길이 되<br />

었던 그때의 상황 속에 내가 서 있는 것만 같았다. 요르단 땅<br />

을 밟으며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의 삶이 오롯이 담긴 광야의<br />

시간과 마주했다.<br />

홍해를 가르시고 바다 가운데 마른 땅을 걷게 하시는 하<br />

나님의 세밀하신 손길 안에 있다면 더이상 광야가 아니다. 3<br />

일 길 앞서 행하시며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여<br />

호와 이레와 주권 안에 있다면 지금 걷는 광야 또한 은혜가<br />

아닐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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