You also want an ePaper? Increase the reach of your titles
YUMPU automatically turns print PDFs into web optimized ePapers that Google loves.
64<br />
<strong>주간연예</strong><br />
e-mail : enews@usa.net<br />
삶과 죽음<br />
상처와 치유…<br />
로맨스 없는 '어느날'<br />
나쁜 남자의 모습은 오간 데 없<br />
고 정 많고 착한 남자 김남길<br />
과 앞을 보지 못하는 아픔은 있지만 밝<br />
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여자 천우희의<br />
조화는 생각지 않게 눈물을 떨구게 한<br />
다. 미소와 잔잔한 감독은 기본이다. 삶<br />
과 죽음, 상처와 치유에 관한 두 남녀의<br />
이야기를 담은 영화 '어느날'이다.<br />
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<br />
던 보험회사 직원 강수(김남길). 상실감<br />
과 죄책감이 큰 그는 회사로 돌아온 뒤<br />
교통사고로 뇌사상태인 여자 미소(천우<br />
희) 사건을 맡게 된다.<br />
병원에서 나<br />
오다 자신을<br />
미소라고 소<br />
개하는 여자<br />
를 시답잖게<br />
생각하다가<br />
거울에 아무<br />
것도 비치지<br />
않자 혼비백<br />
산한다. 하고<br />
싶은 것 많은<br />
미소는 강수<br />
에게 여러 가<br />
지를 부탁하<br />
고, 강수는<br />
못 이기는 척<br />
들어준다.<br />
가장 힘들<br />
때 만난 두 사<br />
람은 서로를<br />
보듬으며 친<br />
구이자 동반<br />
자로 시간을<br />
함께 보낸다.<br />
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.<br />
이윤기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로<br />
맨스나 멜로 감정을 철저히 배제했다.<br />
이 감독의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는 지<br />
점이다.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이 나는데<br />
그게 엄청난 감정의 폭풍은 아니지만<br />
몇몇 신에서 잔잔하게 다가오는 부분<br />
이 꽤 많다.<br />
두 사람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후반부<br />
에 드러날 때까지 관객은 눈물 흘리고<br />
미소 짓다가 먹먹한 느낌에 한동안 스<br />
크린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. 그 비밀들<br />
은 극단적인 충격을 줄 수 있을 텐데 영<br />
화는 그런 방법과 시선을 피한다. 최소<br />
한의 수위 조절로 적당한 감정선을 유<br />
지하려고 노력한 티가 역력하다.<br />
감독의 디렉션도 좋았겠지만 배우들<br />
의 연기 덕이 큰 것 같다. 바보 같아 보<br />
이기까지 하는 강수는 착하고 정많은<br />
캐릭터를 잘 연기했다. 천우희는 이제껏<br />
연기한 것과 달리 쾌활하고 유쾌한 모<br />
습을 보인다. 첫 등장부터 상큼하다. 후<br />
반부로 갈수록 아픔이 드러나는 표정<br />
이 마음을 적신다.<br />
미용실 주인 정선경과 '나이롱 환자' 윤<br />
제문은 나름대로 영화에 또다른 활력<br />
을 불어넣는 역할로 쓰인다.<br />
슬픈 이야기인데 영상과 음악은 아름<br />
답게 사용됐다. 아픔이 있지만 남겨진<br />
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그 아이러니함<br />
이 영화 전반에 녹아있는 것과 어울린<br />
다.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오<br />
히려 당연히 로맨스 멜로일 것이라는<br />
그 선입견을 깨 반갑다. 114분. 15세 이<br />
상 관람가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