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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간연예 vol.1175_04061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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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-mail : enews@usa.net <strong>주간연예</strong> 85<br />

“<br />

원장님, 저 한 번만 안아주세<br />

요.” 그녀가 울먹이는 소리로<br />

다가와 두 팔을 벌려 나에게 안긴다.<br />

가녀린 그녀의 등이 가늘게 떨리고 있<br />

었다.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? 얼마나<br />

소리 내 울고 싶었을까? 그녀의 흐느<br />

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흔들고 있었<br />

다. 남편과 결혼하여 남매를 낳아 그런<br />

대로 다복하게 살았다고 했다. 그러나<br />

남편은 다른 여인을 만나 아내와 아이<br />

들을 버리고 홀연히 다른 여인의 품으<br />

로 날아가 버렸다. 어느 날 갑자기 닥<br />

쳐온 불행으로 가정은 산산이 조각나<br />

고, 어린 두 아이를 떠맡아야 하는 일<br />

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. 위자료는 그<br />

만두고라도 아이들 양육비라도 주었<br />

더라면 그런대로 버텨볼 수도 있으련<br />

만, 남편은 그런 것에는 아무런 책임<br />

도, 미련도 없다는 듯, 그렇게 훌훌 떠<br />

나가 버렸다. 그녀는 별안간 집세를 부<br />

담해야 했고, 어린 두 아이의 교육과<br />

양육을 떠맡아야 하는, 자신의 벌이로<br />

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벽<br />

이 사방으로 꽉 막고 말았다. 집세를<br />

낼 수 없어 결국 집은 날아 가 버리고,<br />

예진회가 만난 형제들<br />

예진회 대표 • 박춘선<br />

햇살 한 꾸러미<br />

남의 집 지하 셋방으로 밀려나고, 엎친<br />

데 겹친 격으로 그녀는 여러 가지의 스<br />

트레스 후유증으로 중풍을 맞고 말았<br />

다. 미용사로 근근이 일하던 그녀, 손<br />

을 쓸 수 없는 그녀는 결국 더는 미용<br />

사 일도 할 수 없게 되자, 그나마도 살<br />

아야 하는 삶의 의미였고, 희망의 뿌<br />

리였던 사랑하는 아이들을 아빠에게<br />

보내고 말았다. 지금은 남의 집 방 한<br />

칸을 얻어 살아가고 있는 그녀, 한쪽<br />

팔과 다리를 절며 기한이 다 된 영주<br />

권을 갱신하려고 왔을 때, “이왕이면<br />

시민권을 신청하지 그래요?”라고 물었<br />

다. 그러자 “시민권을 따야 메디케이드<br />

라도 받을 수 있는데, 돈이 없어요.”라<br />

며 한숨짓는 그녀가 안쓰러웠다. “그래<br />

도 조금만 더 보태면 시민권을 시청할<br />

수 있는데”라며 안타까이 말하자, “그<br />

럼, 며칠 후에 돈을 마련해 오겠다.”며<br />

들고 온 서류들을 주섬주섬 챙겨 나갔<br />

다. 그리고 며칠 후, 그녀가 왔을 때 “돈<br />

이 없어 아무래도 시민권은 다음에 신<br />

청해야 할 것 같아요.”라며 긴 한숨을<br />

짓는다. 할 수 없이 영주권갱신 신청서<br />

를 작성하던 중, 우리도 어려운 살림이<br />

지만, 그녀에게 시민권 신청비를 지급<br />

해 주기로 하였다. 그래야 그녀가 메디<br />

케이드라도 신청할 수 있고, 그러면 병<br />

원이라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<br />

마음에서였다. 그리고 얼마 후, 그녀가<br />

내게 와서 울면서 털어놓는 그녀의 사<br />

연을 들으며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살<br />

아왔는가를 알 수 있었다.<br />

그녀는 외로웠다. 남편이야 다른 여자<br />

품에 안겨버렸다지만, 자신의 힘으로<br />

거둘 수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마저 보<br />

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그 마음, 그<br />

것은 살을 에는 아픔이었으리라, 좁디<br />

좁은 남의 집 방 한구석에서 그녀는<br />

얼마나 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까?<br />

반 장애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몸뚱이<br />

를 주물러가며 그녀는 그렇게 아프게<br />

울었으리라, 아니, 떠나보낸 아이들이<br />

그리워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그녀는<br />

그렇게 울고 또 울었을 것이다.<br />

친정도 모두 다 한국에 있다는 그녀,<br />

누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할 곳<br />

조차 없었던 그녀가 가녀린 어깨를 들<br />

먹이며 울고 있었다. “걱정하고, 슬퍼한<br />

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, 그저<br />

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려니 희망을 품<br />

고 살아요, 아이들은 아빠가 잘 키우<br />

겠지요”라는 말로는 위로가 될 수 없<br />

겠지만, 울고 있는 그녀에게 해 줄 수<br />

있는 말은 오직 그것뿐이었다.<br />

짐짝처럼 널려있는 게 남자이건만, 어<br />

찌하여 가정 있는 유부남에게 그 여자<br />

는 다가왔더란 말인가?<br />

그렇다고 처자식 다 버리고 줄레줄레<br />

그 여자 따라간 그 사람, 저 하나만 믿<br />

고 의지하며 살아온 조강지처에게 아<br />

픔과 슬픔을 더하여 장애까지 안겨준<br />

그는 자신의 몸으로 난 아이를 보내 놓<br />

고 울고 있는 본처를 생각이나 하고 있<br />

을까?<br />

몇 달이 지나자 시민권 인터뷰 통지<br />

가 날아들었다. 그녀가 “저 많이 떨려<br />

요, 내일 꼭 시민권 인터뷰에 합격해야<br />

하는데”라며 걱정을 한다. 정말 열심<br />

히 시민권 공부를 했지만, 그래도 불<br />

안한 것이 시험이었다. “걱정하지 마세<br />

요. 잘 될 겁니다. 내가 가서 통역 잘<br />

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.”라며<br />

그녀의 어깨를 다독인다. 그녀가 해맑<br />

은 미소를 짓는다. “그래 그렇게 웃어<br />

요, 용기를 갖고 희망을 품으세요.”라<br />

고 말하자 “저는 원장님만 믿을게요.”<br />

라고 한다.<br />

시민권 합격해서 그녀가 어서 빨리<br />

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를 기<br />

원하며 밖을 내다보니 한쪽 다리를 절<br />

룩이며 저 멀리 사라져가는 그녀의 등<br />

뒤에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이는 것은<br />

아마도 희망이 가득 담긴 햇살 한 꾸<br />

러미일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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