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Jan. 7, 2016 <strong>주간연예</strong> e-mail: enews@usa.net<br />
들뫼바다 파타고니아 : 그 꿈의 길을 따라서... 7<br />
파란하늘과 하얀 산군. 바람 부는 평원과<br />
달리는 강물.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<br />
요소들이 서로 엉켜 전혀 다른 치명적 아름다<br />
운 풍광을 만들어냅니다.<br />
골마다 흘러내려온 빙하 녹은 물들이 팜파스<br />
평원의 젖줄인 피츠로이 강물이 되어 이 척박<br />
한 파타고니아 대지를 적시며 풍요로움을 선사<br />
하여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온갖 불모지대의 꽃<br />
과 풀과 식생들을 아름답게 피워냈습니다. 세월<br />
이 빚고 바람이 깍은 풍경 속으로 태고의 시간<br />
을 간직한 채 다시 오릅니다.<br />
지체할 시간이 없어 일행을 재촉합니다. 피츠로<br />
이 산군의 자태를 먼발치에서 나마 볼 수 있는<br />
로스 트레스 호수 까지 맹렬히 걸어야 합니다. 그<br />
런 뒤 피노세노트 야영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<br />
홀가분하게 최종 전망대 까지 경사 길을 헉헉대<br />
며 올라야 합니다.<br />
경직된 몸을 풀라는 듯이 오랜만에 평지에 가<br />
까운 들길을 걷게 됩니다. 아직 잠재우지 못한<br />
성깔을 그대로 부리는 바람. 그 파타고니아 바람<br />
세상의 끝에서 새로운 도전을..<br />
마운틴 피츠로이 2<br />
의 음성을 들어봅니다. 태평양을 넘어온 거센 바<br />
람을 삼켰다가 토해내는 파타고니아는 이제 그<br />
바람의 상징이 되었고 오랜 세월 그 바람의 지배<br />
를 받아온 폭풍의 대지는 바람이 사는 곳으로<br />
간주되어 버렸습니다.<br />
만고의 성상을 그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<br />
이 버티고 서있는 만년설산 능선의 기세는 준엄<br />
하도록 당당합니다. 산자락에 걸려있는 하얀 빙<br />
하 띠는 장구한 역사 속에 산이 지닌 시간과 기<br />
억들입니다.<br />
파타고니아의 길은 어느 길을 택하던 바람과<br />
보조를 맞추는 길. 산변 풍경은 바람을 몰고 오<br />
고 또 다시 그 바람은 새로운 풍경을 구도합니<br />
다.<br />
자유인들은 이따금 정해진 삶의 항로대신 일<br />
엽편주에 몸을 맡기고 바람 부는 대로 흐르고<br />
싶은 일탈의 소망을 말합니다. 일상의 번다한 짐<br />
을 다 내려놓고 꿈의 배낭을 짊어지고 바람 따<br />
라 흘러가보는 모험의 길. 내가 동경하는 삶의<br />
한 방식이기도 합니다.<br />
그래서 오늘 이 파타고니아의 바람에 몸을 의<br />
탁하여 흘러가는 내 삶의 길이 얼마나 사무치<br />
는 기쁨인지... 지구의 뒤안길 파타고니아에서<br />
순수한 자연의 조각들과 마주하고 걷는 행복한<br />
이길. 살아있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