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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간연예 vol.1245_08091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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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-mail: enews4989@gmail.com <strong>주간연예</strong> 85<br />

호주 트레킹 : 산자락 노을에 물들고 싶다<br />

평화의 길, 자족의 길, 그레이트 오션 워크 (8)<br />

종주길에서 오다보면 마지막 고개를 오르<br />

면서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하며 기념<br />

촬영을 할 수 있도록 준설된 전망대. 반대편에서<br />

도 낑낑대며 경사길을 올라야 하는 그 곳 까지<br />

가서 시선을 내려보니 도반들이 하나둘 다가오<br />

고 있었습니다. 도착하는 이마다 일병씩 권하니<br />

갈증에 목이 무척 말랐던지라 단숨에 들이키는<br />

동행도 있습니다. 평생 이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<br />

게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촌평들을 남기고<br />

기념 촬영을 합니다.<br />

발아래 펼쳐놓은 바다 풍경화 속으로 우리가 들<br />

어갑니다. 다가가는 순간마다 변하는 각도마다 놓<br />

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기며 깁슨 스텝을 밟고 내<br />

려가 백사장을 밟고 사도상들 앞에서 종주를 신<br />

고합니다. 바람이 쓸고 지나간 거칠면서도 극적인<br />

풍광의 해변에 서서 낮시간인데도 옅은 해무에<br />

가려진 석회암봉의 12사도상을 바라보노라면 기<br />

나긴 종주길 위에서 품었던 단상들이나 함께 나<br />

눈 우정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. 수천만 년 전에<br />

는 본토와 연결되었었다는 사도상들이 파도와 바<br />

람이 절벽을 뚫어 동굴이 형성되고 이 동굴을 세<br />

월이 깎아 아치를 만들었고 결국은 아치가 무너<br />

지며 45미터 높이까지 솟구친 기둥들만이 남게<br />

되었답니다. 신이 설계하고 자연이 빚어낸 그 오<br />

랜 인고의 작업. 가슴이 먹먹해집니다. 하지만 이<br />

기둥들은 풍파로 인해 1년에 약 2cm씩 지속적으<br />

로 침식되고있고 2018년 1월 현재 파도에 쓸려가<br />

버리고 단 8개의 기둥만이 있답니다. 런던 아치<br />

(London Arch)는 파도가 뚫은 천연 구멍으로 이<br />

루어 진 2개의 아치형 다리의 일부였는데 1990<br />

년 이 전에는 이 위를 걸어 바다 끝까지 나갈수<br />

있었는데 육지에 가까운 쪽의 아치가 무너지면서<br />

지금의 형상이 만들어졌고 그 사고로 2명의 관광<br />

객이 바다 쪽 아치위에 갖혀버린 사건이 설화처<br />

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. 가장 최근의 붕괴<br />

는 50미터 높이의 암봉 사도로 2005년에 무너져<br />

버렸다 합니다. 거센 바람과 광대한 바다가 해안<br />

선을 쓸어내는 모습은 종주를 마감한 우리에게<br />

는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옵니다. 가볍게 얼굴에<br />

부서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바위 사이로 전해오는<br />

대양의 표호를 들으며 종주의 기쁨을 한껏 즐깁<br />

니다. 걸음의 축복을 모르거나 하고파도 할 수 없<br />

는 사람들이 탄 헬리콥터<br />

몇대가 부조화한 풍경과 소음을 내며 어지러이<br />

날아다니니 그제서야 정신줄을 잡아당기며 깁슨<br />

스텝을 다시 올라옵니다.<br />

마침내 종주를 마치고 아폴로 베이로 되돌아갑<br />

니다. 그동안 우리가 보행으로 지나왔던 길을 고<br />

스란히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. 그 길마<br />

다 그 순간마다 있었던 작은 기억들이 이제 추<br />

억으로 변해버린 아쉬움에 전망대 마다 내려서<br />

다시한번 회억의 시간을 가져봅니다. 길 마다 미<br />

려한 풍경. 아찔했던 순간. 동행들과 웃고 울었던<br />

순간들이 베어있는데 아마도 어떤 길은 세월이<br />

흐르고 나면 살다가 문득문득 그리워 지겠지요.<br />

바람이 잦은 거친 남극해를 바라보며 구불구불<br />

이어지는 그 해안선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던<br />

Great Ocean Walk가. 뭍으로 향한 바다의 그리<br />

움이 파도가 되어 밀려오면 바위가 멍이 들 정도<br />

로 부딪히고 하얀 포말로 부서져버리던 물결이 그<br />

리고 함께 했 던 아름다운 도반들이 말입니<br />

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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