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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8 Feb. 11, 2016 건강 e-mail: enews@usa.net<br />
윤승재 치과의 치아건강 칼럼<br />
치과와 트라우마<br />
저번주 토요일날 저희 오피스로 전화 한 통화<br />
가 걸려왔습니다. 한 중년 신사분께서 점잖으신<br />
목소리로 “지금 제 잇몸이 너무 아픈데 오늘 꼭<br />
가서 치료 받을 수 있겠습니까” 라고 물으셨습<br />
니다. 그날따라 빽빽하게 스케쥴이 차있어서 조<br />
금 힘들 수도 있었지만,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<br />
거 같아서 조금 기다리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일<br />
단 오시라고 말씀드렸고, 오후 두시쯤 그 환자분<br />
을 볼 수 있었습니다.<br />
“어디가 많이 불편하신가요? 어떻게 오셨죠?”<br />
라고 물어 본 제게 환자분은 아무 말 없이 입을<br />
벌리시고는 손가락으로 아랫 부분에 있는 앞니<br />
를 가리키셨습니다. 저는 별 생각 없이 환자 분<br />
입을 들여다 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. 단정한<br />
헤어 스타일을 하시고, 깔끔한 신사복을 입으신<br />
중년 남성분의 입안에서 자신의 치아보다 더 큰<br />
치석들이, 앞니 브릿지 아래에 있는 잇몸을 덮고<br />
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. 그리고 그 치석<br />
아래에 있는 잇몸들은 빨갛게 붓고 피가 난 상<br />
태로 치아와 떨어진 상태로 너덜너덜 움직이고<br />
있는 상황이었습니다. 환자분 말로는 15년 동안<br />
치과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.<br />
“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참으셨어요. 치과 한<br />
번 오셔서 검사 한번 받으시지 그러셨어요” 라<br />
고 제가 물어보자 그 신사분께서는 수줍고 겸연<br />
쩍한 말투로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“그러게 말<br />
입니다. 제가 이렇게 미련해서…” 라고 말씀을<br />
흐리셨습니다. “혹시 예전에 치과 치료 받으셨을<br />
때 안좋은 경험이나 무서운 경험을 하신 적 있<br />
으시나요?” 라고 물어보았습니다. 그랬더니 신<br />
사분께서 “네. 예전에 이 브릿지를 할때 잇몸이<br />
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었습니다” 라<br />
고 말씀하셨습니다.<br />
이 이야기가 혹시 자신의 이야기나 상황과 비<br />
슷하진 않으신가요?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우<br />
리가 어렸을때 치과에서 고통이나 두려움을 크<br />
게 경험하고 나면, 그것이 잊혀지지 않고 트라우<br />
마가 되어서, 아주 작은 치료 (클리닝) 조차도 두<br />
려워서 치과를 피하곤 합니다. 물론 경제적인 어<br />
려움이나, 직장 때문에 바쁘셔서 자신의 치아를<br />
잘 관리하지 못하시는 분도 계시지만, 이렇게 아<br />
플때까지 참고 참았다가 오시는 분들은 거의 대<br />
부분 이렇게 예전에 치과에서 안좋은 경험을 하<br />
셨던 일이 다반사입니다.<br />
제가 무슨 말을 하건,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<br />
건,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트라우마는 쉽게 고<br />
쳐지지 않습니다. 병아리가 달걀을 깨고 세상에<br />
나오듯, 결국 그 트라우마를 깨고, 그 두려움을<br />
극복하고 치과에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것은 오<br />
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. 하지만 이렇<br />
게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악화 되었다가 치과<br />
에 오시게 되셔서, 잇몸 상태가 아주 안좋아져<br />
서 잇몸뼈가 거의 없어지시거나, 치아를 발치할<br />
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보게 되면, 치과의사이<br />
자 한 인간으로서 제 마음은 참 아프고 안타<br />
깝습니다.<br />
그래서 저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치과에 전화<br />
를 걸고, 예약을 잡고, 죽도록 오기 싫었던 치과<br />
로 발걸음을 옮기시는 환자분들의 의지와 용기<br />
에 늘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 드립니다. 그것이<br />
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진심으로 이해하기<br />
때문입니다. (심지어 제 동료 치과의사들이 자기<br />
도 무서워서 신경치료를 받지 않고 이를 뽑고 임<br />
플란트를 하게 되는 경우도 봤습니다.)<br />
One thought can change your life. 라는 말<br />
이 있는데요. 저는 이 말을 아주 좋아 합니다.<br />
단 한가지의 생각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<br />
다는 뜻이지요. 오늘 칼럼은, 예전에 겪었던 트<br />
라우마로 치과에 오지 않게 되신 많은 어른아이<br />
분들께, 짧은 한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.<br />
“큰 바다에서 배를 타고 있는 자신을 떠 올려<br />
보세요. 그 배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<br />
갑니다. 그런데 그 배의 뒷편 쪽으로 가서 보시<br />
면, 바다에 물결이 지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. 배<br />
가 앞으로 나아가니 당연히 내가 지나 온 길 뒤<br />
에 생기는 물결이지요.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<br />
지나온 물결만 바라본채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<br />
는지를 잊어 버리기도 합니다. 그 물결이 너무나<br />
아프고 강렬해서, 그 물결만 바라보고 그 물결때<br />
문에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리곤<br />
합니다. 하지만 잊지 마세요. 그 배는 지나간 물<br />
결의 흔적으로 인해서 움직이는게 아닙니다. 오<br />
롯이 자신의 ‘생각’ 과 가고자 하는 ‘의지’ 로 앞<br />
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