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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간연예 vol.1177_ 04201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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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-mail : enews@usa.net <strong>주간연예</strong> 89<br />

미주트레킹 : 홀로 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7<br />

잃어버린 보석을 찾아. Lost Lake Trail (2)<br />

비는 더욱 세차게 뿌려대고 숲속 주위는 한<br />

층 더 어두워집니다. 시작점에 세워둔 곰의<br />

공격을 주의하라는 경고판이 자꾸 뇌리를 스칩니다.<br />

문득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도 듭니다. 출발 전에<br />

확인된 두 대의 차량이 주던 안도감도 무디어 갈 즈<br />

음에 흙길을 만납니다. 제법 가파른 길이 진흙길로<br />

되었으니 그만 미끄러져 버립니다. 앞으로 고꾸라지<br />

면서 손으로 먼저 짚었으니 그저 무릎만 적셨지만<br />

수월한 길이 아닙니다. 문득 생각합니다. 이 악천후<br />

에 무슨 아집으로 이 길을 끝까지 걷겠다고 나선 것<br />

이냐고. 행여 사고라도 난다면 나에게 의지하고 나<br />

에게 의뢰한 산 동무들에게 지구의 이방에서 그 아<br />

름다운 길들로 데려가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<br />

하게 되는 누를 끼치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. 환<br />

경의 광폭함은 조심하면 된다지만 정말 곰의 공격이<br />

라도 받게 된다면 더구나 이 지역 곰은 상대적으로<br />

좀 순한 검은 곰 뿐만이 아니라 포악하기로 유명한<br />

불곰도 있다는데.. 이런 저런 핑계로 몸을 되돌려 하<br />

산을 하게 됩니다.<br />

거대한 산맥. 수없는 해협으로 이어진 산과 바다의<br />

이음으로 가득 채워진 작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 시<br />

워드의 포구로 달려갑니다. 지역 정보를 얻기 위해<br />

네비게이션을 켜고 찾아 갔으나 현충일부터 노동절<br />

까지의 여름 시즌만 개장한다고 게시판을 써 붙인<br />

피요르드 국립공원의 방문자 센터 굳게 잠겨있습니<br />

다. 어느덧 비는 세우로 변했기에 해안선을 따라 나<br />

무로 바닥을 깔아 선착장에도 이르고 바다 풍경을<br />

볼 수 있도록 길게 이어진 보드 워크를 따라 무심<br />

하게 걷습니다. 어부의<br />

우스꽝스런 모습들, 대형 앵커. 돌고래와 인어들. 바<br />

다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을 조형물로 만들어 장식<br />

한 부두의 길이 참으로 정답습니다. 그 길 끝에는<br />

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물씬 전해오는 어부의 그랜<br />

드 마스터 센터라는 건물이 보입니다. 추위와 비에<br />

흠뻑 젖은 몸을 따스한 물로 씻을 온욕이 필요합니<br />

다. 이곳에 유료 샤워시설이 있습니다. 거친 파도와<br />

그 차디찬 물결을 헤치며 살아가는 어부들이 항구<br />

로 돌아와 허기진 배와 갈증을 해소하기 전에 그래<br />

도 땀과 소금을 씻어주라는 배려. 덕택에 내가 호사<br />

를 누립니다.<br />

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니 옅어진 구<br />

름사이로 군데군데 햇살이 비칩니다. 센터의 한쪽<br />

벽면에는 분필로 써서 채워진 대형 낙서판이 있습니<br />

다. 그 곳에는 “One thing before you die?”라는 질<br />

문을 던져놓고 바라는 것을 적어 놓도록 해두었는<br />

데 참 다양합니다만 유독 눈에 띄는 한 줄이 있습<br />

니다. 한글입니다. “자식들이 모두 잘되는 것” 북극<br />

을 가보고 싶다거나 알래스카에 이주해 살고 싶다거<br />

나 하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바램인데 반<br />

해 우리 한국민들은 자나깨나 자식걱정이 가득하니<br />

남의 일 같지가 않아 눈물이 핑 돌며 부모님들의 가<br />

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슴 뭉클하게 바라보지 않을<br />

수 없습니다.<br />

세상에게 모든 빛을 주고 온기를 주던 해가 빛을 거<br />

두고 사위어가는 저녁. 아름다운 일몰입니다. 검은<br />

구름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는 황혼빛이 문<br />

득 외로움에 젖게해 어부<br />

들이 즐겨 찾<br />

을 조금은 시끄럽고 비릿한 바다 내음도 나는 후미<br />

진 선술집을 찾아 모퉁이 창가 자리에 앉아 한 조끼<br />

맥주에 따뜻한 스프를 시키고 밖을 봅니다. 바다 갈<br />

매기가 기륵기륵 소리를 내며 평화롭게 정박한 배위<br />

로 날아다닙니다. 새의 존재가 참 부럽습니다. 두발<br />

로 서야만 걸을 수 있고 그 발을 헛디디면 나락으로<br />

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존재. 그러나 새들의<br />

여행은 무한하며 활기찹니다. 그래도 새들의 흉내를<br />

조금 내면서 이렇게 낯선 곳에서 홀로 걸으며 여행<br />

을 할 수 있다는 것.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참 좋<br />

습니다. 여행을 떠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<br />

나로 태어나기 위함이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함이<br />

고 다시 농익은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입<br />

니다. 우리 나이에 들면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의 삶<br />

에 대한 후회로 좀 더 많은 모험과 여행을 해보지 못<br />

한 것이라 토로하기도 합니다. 여행이라는 낯선 곳이<br />

자 모험의 장에 내 몸을 던져보는 것. 우리로 하여금<br />

온 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. 우리는 이런<br />

여행과 모험을 통해서 한걸음 나아가고 한길 더 성<br />

장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<br />

고 더 긴 끈기가 필요하니 그 힘이 내 삶의 원동력이<br />

되고 기둥이 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않을<br />

까 여겨집니다. 이 외진 동토의 나라 알래스카 한 변<br />

방의 부둣가 카페 에 앉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내<br />

일의 여 정을 꿈꾼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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